UCPC 2023 본선 후기


UCPC 2023 본선 문제지

예선은 참가자로, 본선은 스태프로 대회를 보낸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예선에서 6솔로 아쉽게 탈락한 우리 팀을 뒤로하고, 본선에 진출(?)하게 된 기록을 남긴다!

예선 탈락자가 본선 대회에 등장하게 된 이유

대회 본선은 7월 22일(토)에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보다 이틀 앞선 20일에 UCPC 동아리 디스코드에 하나의 공지가 올라왔다.

스태프 추가 모집 디스코드 공지

정말 놀랍게도 이 시간에 깨어 있었다… 디스코드 알림도 원래 자주 확인하는 편이 아닌데도 확인했다… 확인하자마자 함께하고 싶다고 말씀드렸고, 정말 뒤늦게 스태프로 함께하게 되었다. 함께하게 돼서 정말 행운이었다 🍀

참가하고 싶었던 이유는 단순했다. 나는 작년 UCPC 본선 / ICPC Regional 온사이트 대회를 직접 몸으로 겪어봤다. 운좋게 처음으로 본선 대회를 참가하게 되었다. 대회장에서만 느낄 수 있었던 열정, 다같이 즐겁게 문제를 푸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내년에도 꼭 본선 진출하면 좋겠다’라는 동기부여가 될 만큼 재미있는 순간들이 많았다. 닉네임만 알고 있었고, 나 혼자 내적 친밀감(?)을 잔뜩 쌓아둔 분들에게도 한 마디씩 건네면서 인연을 쌓을 수 있었던 순간들이 소중했다. 올해에도 그걸 느껴보고 싶어서 예선에 참가했지만 아쉽게 떨어졌었는데, 다른 방식으로라도 대회 현장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고민하지 않고 DM을 보냈다. 다행히 내 앞에 사람이 없었는지 스탭으로 무사히 영입되었다.

본선 대회 등록

대회장은 집에서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대회장에 가까워질수록 배낭에 티어 아크릴 키링을 달고 다니시는 분들도 한두분씩 계셨다. 내가 길을 잘 찾아가고 있구나 싶었다.

9시 30분정도에 대회장에 도착하니 미리 등록을 준비하시는 다른 스탭분들, 참가자분들이 계셨다. 얼굴은 몰랐지만 명찰을 보면 분명 아는 이름들인 게…🙄 도착한 뒤에 8층 스태프 상황실에서 오늘 할 일 등을 간략하게 브리핑받은 뒤에 명찰을 받고 바로 1층 로비로 향했다. 이틀 전에 급히 섭외된 터라, 내 명찰은 내가 직접 볼펜으로 그렸다.

1층에서 폴라로이드를 찍어 주시던 @benedict0724 님과 이야기를 제일 먼저 나눴다. 등록하시던 다른 분들과도 인사한 뒤에, 참가자분들이 등록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아직 등록 절차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참가자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 어색했던 순간이었다.

대회 시간이 가까워질때쯤, 팀원분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도착하셔서 무사히 팀 등록을 진행하셨다. 무려 여수에서 오늘 새벽부터 기차를 타고 오셨다고 했는데, 기차가 한 시간이나 지연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못 오셨으면 정말 아쉬웠을 텐데 다행이었다.

대회 시작

본선은 공지됐던 것보다 10분 늦게 시작됐다. 작년 대회 본선도 조금 미뤄져서 진행되었는데, 역시 규모가 크다보니 상황을 통제하기가 쉽지만은 않았나 보다. 대회 전에는 @cdjs1432 님과 얘기를 많이 했다. 조금 어수선한 거 대회 시작하면 사라질 거라던 우리의 예상도 적중했다. 시작과 동시에 다분하게 F5를 누르는 키보드 타건음과 봉인된 종이봉투를 여는 소리가 대회장을 채웠다. 이때부터 참가자분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이번 대회 난이도가 높다는 것도 다른 스탭분들과 이야기하면서 알았지만 한동안 풍선 배달이 오지 않았다. 다른 팀들도 연신 스코어보드를 새로고쳐보면서 어떤 문제를 먼저 잡아야 할지 눈치싸움을 하지만, 처음으로 문제를 푸는 팀이 나오지 않아서 답답한 시간이 15분 넘게 계속됐다. 이러다가 잘 하는 팀이 어려운 문제를 처음 풀기라도 한다면 다같이 자빠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대회장 환경 특성상 사진찍는게 참 힘들었다. 한쪽에 6~9명(2~3팀)이 앉을 수 있는 책상이 마주보는 형태로 배치되었는데, 하필이면 그 가운데에 식물들과 조명이 있어서 가운데 앉아있는 팀들을 제대로 찍기 어려웠다. 골고루 찍는다고 찍었지만 종합해서 확인할 때 많이 찍히지 못한 팀들도 있었고, 셔터 소리가 문제 푸시는 데 방해될까봐 걱정도 됐었다. (혹여라도 많이 담기지 못한 팀들이 있다면 미리 사과드립니다 😥)

대회가 중반에 접어들면서 어느정도 스코어보드 윤곽이 잘 잡히고 나서야 스탭분들이 안도하셨다. 가끔씩 스탭 상황실 사진도 담았었는데, 아무래도 전체 팀의 제출 현황을 볼 수 있다보니 실시간 스코어보드를 중계하는 일도 있었다. 초반에 사진을 담다가 배터리 문제로 잠시 쉬고, 충전을 어느정도 한 뒤에 서브웨이와 함께 다시 촬영에 합류했다.

점심은 서브웨이였다. 대회장 입구 근처에 세팅해두었지만 참가자분들이 좀처럼 가져가지 않아서 공지가 되지 않았나 생각했다. 종서님께 말씀드려보니 이미 공지됐다고 하셨다. 다들 배고프신 것보다 당장 문제가 풀리려고 하는 상황이었던 듯했다. 작년 본선 참가했을 때에도 앞에 점심메뉴를 두고 한 손에는 젤리봉투 들고 다른 한 손에는 펜을 들었던 기억이 스쳤다.

대회 후반에 다다랐을 때, 팀들 사이를 지나다니다 보면 제출하는 순간도 구경할 때가 있다. 대회 특성상 채점 퍼센트가 보이지 않다 보니 다들 손을 모으고 맞았습니다!! 를 숨죽여 기다리는 모습, 정답을 받고 나서 함께 기뻐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담았다. 이런 ac-moment 영상을 세-네팀 촬영하는 데 성공했는데 업로드가 될 지는 모르겠다.

마무리

5시간이라는 기나긴 시간이 지나 대회가 종료되자 너나할 것 없이 박수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나 자신과 팀원들에게 수고했다는 격려와 더불어 스탭들에게도 고생하셨다는 말이 담긴 것 같아 참 뿌듯한 순간이었다. 상황실에서는 끝까지 에디토리얼 검토와 풀이 슬라이드에 추가할 히스토그램, 퍼솔과 특별상 팀의 정보를 정리하느라 바빴다. 나머지 스탭분들께서는 참가자분들을 11층으로 안내했다. 스폰서 세션과 풀이 발표, 스코어보드 공개가 이루어지는 공간이었다.

온사이트 대회의 꽃이라고 한다면 (BOJ 스택 한정이겠지만) 문제 해설 공개와 그에 이어지는 스코어보드 오픈일 것이다. 이번에도 여지없이 이 문제가 이 태그라고? 하는 이야기도 나왔고, 다 접근했는데 단순하게 실수해서 아쉬워하는 팀들도 보였다. 스코어보드가 열리고 순위가 확정되는 팀이 생길 때마다 박수쳐주는 모습도 너무 좋은 문화인 것 같다. 특히나 한 문제를 많이 틀린 뒤에 정답을 받는 경우의 긴장감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 문제를 해결한 팀이라면 더더욱 그렇겠구나, 싶었다.

올해에는 모든 스코어보드를 공개한 뒤에 상품을 나눠주는 식이었다. 내 일은 사진사였기에 단체사진과 더불어 각 수상자분들의 사진을 잘 남겨 드렸다. 대회 중에 사진을 남기는 건 참 중요하다. 비단 활동을 진행했다는 것뿐만아니라 그때 당시의 기억을 다시 꺼내와 이야기할 수 있게 된다. 참가해주셨던 분들이 이곳의 열기와 즐거움을 내 사진을 통해 다시 돌아볼 수 있을거라는 생각에 즐겁게 임했던 것 같다. 그 좁은 공간에서 5km를 넘게 돌아다녔다는 핸드폰 헬스 보고서를 보고 어이가 없기도 했지만 😮

내년은 4학년이라 PS 활동에는 조금 멀어질 수도 있겠다. 올해 알고리즘 동아리 회장을 마지막으로 개발 공부에 더 힘을 쓸지도 모르겠지만, 내년 UCPC나 ICPC에 참가하고 싶다는 생각에는 변함없다. 내년에는 꼭 본선 진출해서 열기를 몸으로 느끼고, 그 이후에 운영이든 출제든 하면서 담가둔 발을 꺼내지는 않을 듯하다.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UCPC 2023 스탭분들과 참가자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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